가장 위대한 색면화가 '마크 로스코' 그리고 작가 '한강'

가장 위대한 색면화가 '마크 로스코' 그리고 작가 '한강'


 마크 로스코는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색면화가로 불린다. 그는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로, 커다란 캔버스에 모호한 색면과 불분명한 경계선을 표현하는 작품을 그렸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은 비싸기로도 유명하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서 열린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마크 로스코 전'에 50점이 출품됐는데 보험 평가액 총합이 무려 2억 5000억 원이었다. 개당 보험 평가액이 가장 높은 작품은 1000억 원을 넘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이렇게 비싸게 측정됐을까?


    <Blue, Orange, Red>

 

  <무제>


   <Blue and gray>


     <NO. 16>


* 마크 로스코가 죽기 전 남긴 마지막 작품


 그냥 보기에는 색칠놀이로 보이지만, 그의 작품은 인간의 근본적인 감성을 표현했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그의 작품을 보고 남다른 감상을 갖고 있던 유명인이 있는데 우리가 익히 아는 '스티브 잡스'와 작가 '한강'이다. 여기서 알아볼 건 마크 로스코와 한강의 인연이다. 

 한강은 유명 소설가이자 시인인 한승원 씨의 딸로, 지난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으며 국내에 널리 이름을 알렸다. 또한 올해 다시 한 번 그녀의 소설 <흰>이 똑같은 부문의 최종 수상작으로 올라 영국 현지 시각 22일 저녁에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렇게 소설가로서 이름을 알린 한강이지만 사실 한강은 소설로 등단하기 전에 이미 시로 등단했다. 등단 후 줄곧 소설만 발표하다 20여 년이나 지난 뒤에 시집 <저녁을 서랍에 넣어두었다>를 출간했는데, 거기에 마크 로스코에 관한 시가 나온다. 


     마크 로스코와 나

 ㅡ 2월의 죽음


 미리 밝혀둘 것도 없이

 마크 로스코와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는 1903년 9월 25일에 태어나

 1970년 2월 25일에 죽었고

 나는 1970년 11월 27일에 태어나

 아직 살아 있다

 그의 죽음과 내 출생 사이에 그어진

 9개월여의 시간을

 다만

 가끔 생각한다


 작업실에 딸린 부엌에서

 그가 양쪽 손목을 칼로 긋던 새벽

 의 며칠 안팎에

 내 부모는 몸을 섞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점 생명이

 따뜻한 자궁에 맺혔을 것이다

 늦겨울 뉴욕의 묘지에서

 그의 몸이 아직 썩지 않았을 때


 신기한 일이 아니라

 쓸쓸한 일


 나는 아직 심장도 뛰지 않는

 점 하나로

 언어를 모르고

 빛도모르고

 눈물도 모르며

 연붉은 자궁 속에

 맺혀 있었을 것이다


 죽음과생명 사이

 벌어진 틈 같은 2월이

 버티고

 버텨 마침내 아물어갈 무렵


 반 녹아 더 차가운 흙 속

 그의 손이 아직 썩지 않았을 때


 마크 로스코가 자살하고 9개월이 지난 후 한강이 태어난다. 마크 로스코가 자살할 때 하나의 점으로 새생명을 시작한 이 우연 아닌 우연에 한강은 남다른 인연을 느꼈나보다. 평소 그림에도 관심이 많던 한강은 그의 작품을 눈여겨보고 이런 감상이 담긴 시를 썼다.


마크 로스코와 나 2


한 사람의 영혼을 갈라서

안을 보여준다면 이런 것이겠지

그래서 피 냄새가 나는 것이다

붓 대신 스펀지로 발라

영원히 번져가는 물감 속에서

고요히 붉은

영혼의 피 냄새


이렇게 멎는다

기억이

예감이

나침반이

내가 

나라는 것도


스며오는 것

번져오는 것

만져지는 물결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의 피


어둠과 빛

사이


어떤 소리도

광선도 닿지 않는

심해의 밤

천년 전에 폭발한

성운 곁의

오랜 저녁


스며오르는 것

번져오르는 것

피투성이 밤을

머금고도 떠오르는 것


방금 

벼락 치는 구름을

통과한 새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 영혼의 피


 겉보기에 색칠놀이로만 보인다하여 그들만의 리그라고 현대미술을 비하하는 일이 적지 않다. 나 역시 "설명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다" 라던 톨스토이의 말을 신념처럼 갖고 살았다. 그런데 그 색칠놀이가 스티브 잡스나 한강과 같은 또 다른 누군가에겐 위대한 감성과 영감을 심어준다면 내가 이해 못한다고해서 비싼 그림 현대미술값을 마냥 비하하는 건 옳지 못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의 영혼을 갈라 안을 보여준다면'이라는 구절은 그만큼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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