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평 책읽는정오 2019. 4. 16. 09:29
어리고 탁월한, 그리고 잔혹한 재능 사회가 재능을 닫아버리는 경우는 어떤 게 있을까. 엄마를 씹어 먹고 구워 먹는다는 등 잔혹한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됐던 '학원가기 싫은 날'을 보고 어린 작가의 출중한 재능이 눈을 감아 버릴까봐 걱정됐다. 「솔로강아지」는 초판에 담겼던 '학원가기 싫은 날'을 빼고 다른 시 아홉 편을 대신 채워 내놓은 개정판이다. 나는 대학에서 시를 배우며 누군가에게 '시'와 '시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방법을 몸에 익혔다. 시인의 표현을 더 깊이, 많이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느끼게 됐다. 이 어린 작가는 이미 '시'의 모습을 완전히 갖추고 있었다. 다른 시인과 다른 점을 찾자면 표현하는 소재뿐이었다. 이순영 작가는 나이에 걸맞은 일상적인 소재를 언어로 훌륭히 표현해내는, 다 큰 시인이 ..
정오 책읽는정오 2018. 5. 23. 07:30
가장 위대한 색면화가 '마크 로스코' 그리고 작가 '한강' 마크 로스코는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색면화가로 불린다. 그는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로, 커다란 캔버스에 모호한 색면과 불분명한 경계선을 표현하는 작품을 그렸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은 비싸기로도 유명하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서 열린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마크 로스코 전'에 50점이 출품됐는데 보험 평가액 총합이 무려 2억 5000억 원이었다. 개당 보험 평가액이 가장 높은 작품은 1000억 원을 넘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이렇게 비싸게 측정됐을까? * 마크 로스코가 죽기 전 남긴 마지막 작품 그냥 보기에는 색칠놀이로 보이지만, 그의 작품은 인간의 근본적인 감성을 표현했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그의 작품을..
글/시(詩)기적절 책읽는정오 2018. 5. 18. 07:30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한강 지음/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