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권하는 책 책읽는정오 2018. 5. 22. 12:04
영혼이 삶을 지나가며 겪는 아픔 한강이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은 일은 여러 큰 의미가 있었다. 우리나라 소설가도 3대 문학상(매체에서 일방적으로 붙인 타이틀이긴 하지만)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라는 의미. 한강 개인에게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던 '소설가 한승원의 딸, 한강'이라는 수식을 이젠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으로 바꿔버렸다는 의미. 이렇게 소설가로 이름을 알린 한강인데, 한강은 원래 소설로 등단하기 이전에 시로 먼저 등단을 했던 작가다. 시로 등단한 후 20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시를 묶어 낸 시집이 바로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이 책이다. 그녀가 20여 년 동안 써왔던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시집 역시 영혼이 서려있다. 날카로운 날..
책/권하는 책 책읽는정오 2018. 5. 16. 07:30
[서평] 「5초의 법칙」 용기로 인생을 바꾸는 시간 미루는 습관에 대한 오해가 많다. 사람이 할일을 미루는 일은 게을러서 라는 생각이 오해다. 책에 따르면 미루는 습관은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자기 방어 기제로서, 미워하고 자책해야 할 습관이 아닌 용서 해야 할 감정이다. 이처럼 「5초의 법칙」 여러 가지 심리학적,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미루는 습관에 접근하고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5초 법칙'을 제안한다. 과할만큼 많이 들어간 실제 사례와 후기로 '5초 법칙'의 효용성을 증명한다. 결심했던 일을 모두 실행에 옮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이 「5초의 법칙」은 하나의 지푸라기가 된다. 당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든 당신의 생각대로 될 것이다.- 헨리 포드(자동차의 왕, 미국의 자동..
책/권하는 책 책읽는정오 2018. 5. 15. 07:30
「본래 그 자리」 멍든 인간이 위로받는 모습 하얀색 펜으로 서평을 쓰고 싶었다. 「본래 그 자리」의 새하얗고 점점이 박힌 검은 글자 표지는 '말갛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책의 내용을 무척 잘 나타낸다. 이 책에 담긴 인생은, 쉽게 물드는 연약한 인간이 검게 얼룩지는 모습이다. 태어나면서 어쩔 도리없이 상처 받기 시작하는 인간은 그나마 남은 일종의 청순함으로 살만한 희망을 준다. 맹난자 작가의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백설기 같은 글이 희망의 여운을 늠긴다. 과연 '산문의 거장'이라 불릴 만하다. 맹난자 작가가 삶을 걷다가 마주친 책들과 작가들의 모습이 마치 앙꼬처럼 들어가 있어 책은 밋밋하지 하다. 먼저 한 톨 묻어 있는 않고 정갈하게 다듬어진 글은, 덧붙여진 치장 하나 없이 민낯임에도 반들반들 윤이 난다. ..
책/권하는 책 책읽는정오 2018. 1. 9. 02:34
「소희의 방」 내 방에 누군가 들이는 일 어렸을 때 그랬다. 집에 들어오면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책을 봤다. 나 말고 아무도 들일 생각이 없었던 방안에서 혼자 책을 보는 시간은 특별했다. 결말이 보이지 않는 소설처럼 영원히 그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책을 보는 일은 내세울만한 단 하나의 우월감이었고 누군가 그 우월감으로 가득싸인 방에 침범할까 겁나 영역을 지키는 짐승처럼 촉각을 곤두세웠다. 뫼비우스 띠에 발이라도 얹은 듯이 겉돌고 있었다. 의 주인공, 소희와 같은 열다섯 살이었다. 소희는 아빠의 죽음과 엄마의 재혼으로 고모 집에서 얹혀 사는 아이였다. 매사에 눈치를 보고 꿈인 것을 확인한 후에야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로 자란 소희는 이야기가 시작되며 엄마를 다시 만나고 굉장한 부자인 새아빠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