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詩)기적절 책읽는정오 2020. 11. 5. 09:36
영원한 사랑을 꿈꿀 때 시계 한승원 우리 다음 생에는 시계가 되자 너는 발 빠른 분침으로 나는 발 느린 시침으로 한 시간마다 뜨겁게 만나자 순간을 사랑하는 숨결로 영원을 직조해내는 우리 다음 생에는 시계가 되자 먼지 알 같은 들꽃들의 사랑을 모르고 어찌 하늘고 땅의 뜻을 그 영원에 수놓을 수 있으랴 그리고 우리 한 천년의 강물이 흘러간 뒤에 열두 점 머리 한가운데서 너와 나 얼싸안고 숨을 멈추어버린 그 시계 다음 생에는 우리 이 세상 한복판에서 너의 영원을 함께 부둥켜안은 미이라가 되자 박새들의 아프고 슬픈 사랑을 모르고 어찌 하늘과 땅의 뜻을 그 영원에 수놓을 수 있으랴 열애 일기 - 한승원 지음/문학과지성사 한승원 1966년 단편소설 [목선]으로 데뷔한 이후 수많은 작품을 통해 우리 시대의 소설가로 ..
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3. 13. 22:08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 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청미래
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3. 10. 08:00
어제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혁하려다 실수로 '삶'을 쳤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람'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몇몇 언어학자는 사람, 사랑, 삶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본류를 만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세 단어 모두 하나의 어원에서 파생했다는 것이다. 세 단어가 닮아서일까.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사랑이 끼어들지 않는 삶도 없는 듯하다. '사랑이란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중에서 언어의 온도 - 이기주 지음/말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