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3. 11. 08:00
"......내게는, 저건 터키 놈, 저건 불가리아 놈, 이건 그리스 놈,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두목, 나는 당신이 들으면 머리카락이 쭈뼛할 짓도 조국을 위해서랍시고 태연하게 했습니다. 나는 사람의 멱도 따고마을에 불도 지르고 강도 짓도 하고 강간도 하고 염병할 놈, 지옥에나 떨어져, 이 돼지 같은 놈! 싹 꺼져 버려. 이 병신아! 요새 와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 저 사람은 나쁜 놈, 이런 식입니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한가집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328쪽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열린책들
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3. 9. 08:00
「데미안」꿈으로 태어나기 "그건 늘 어려워요, 태어나는 것은요. 아시죠,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를 쓰지요. 돌이켜 생각해 보세요. 그 길이 그렇게 어렵기만 했나요? 아름답지는 않았나요? 혹시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을 알았던건가요?"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힘들었어요" 내가 잠꼬대처럼 말했다. "힘들었어요. 꿈이 올 때까지는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꿰뚫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자신의 꿈을 찾아내야 해요. 그러면 길은 쉬워지지요. 그러나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느 꿈이든 새 꿈으로 교체되지요. 그러니 어느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190쪽 데미안 -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민음사
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3. 8. 08:00
「인간실격」 난해한 협박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니까 일해서 먹고살아야 한다, 라는 말만큼 저에게 난해하고 어렵고, 그리고 협박 비슷하게 울리는 말은 없었습니다. 16쪽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민음사
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3. 7. 08:00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길 찾기 나에게 상담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어린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447쪽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현대문학
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1. 13. 08:00
「소년이 온다」 인간은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소년이 온다」95쪽 소년이 온다 - 한강 지음/창비
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1. 11. 08:00
「나의 삼촌 브루스 리」 벅차서... 너무 벅차서... "그냥, 벅차서...... 너무 벅차서......" "뭐가?" "몰라. 그냥 가슴이 벅차서 자꾸 눈물이 나와." 나는 경희가 우는 게 지독한 최루가스 때문인지 아니면 경찰에게 질질 끌려가던 순간의 두려움과 수치심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가 느낀 게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녀가 운 것은 우리가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 거대한 물줄기 앞에 서 있는 개인의 왜소함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깨달았다. 우리의 생은 그것이 무엇이 됐든 우리가 감당하기에 늘 너무 벅차리리라는 것을. 「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37쪽 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 천명관 지음..
책/권하는 책 책읽는정오 2018. 1. 9. 02:34
「소희의 방」 내 방에 누군가 들이는 일 어렸을 때 그랬다. 집에 들어오면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책을 봤다. 나 말고 아무도 들일 생각이 없었던 방안에서 혼자 책을 보는 시간은 특별했다. 결말이 보이지 않는 소설처럼 영원히 그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책을 보는 일은 내세울만한 단 하나의 우월감이었고 누군가 그 우월감으로 가득싸인 방에 침범할까 겁나 영역을 지키는 짐승처럼 촉각을 곤두세웠다. 뫼비우스 띠에 발이라도 얹은 듯이 겉돌고 있었다. 의 주인공, 소희와 같은 열다섯 살이었다. 소희는 아빠의 죽음과 엄마의 재혼으로 고모 집에서 얹혀 사는 아이였다. 매사에 눈치를 보고 꿈인 것을 확인한 후에야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로 자란 소희는 이야기가 시작되며 엄마를 다시 만나고 굉장한 부자인 새아빠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