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1. 16. 08:00
「후와후와」 갓 생겨난 지구처럼 갸르릉거리는 고양이 소리 듣는 걸 좋아한다. 갸르릉갸르릉 소리는 마치 멀리서 다가오는 악대처럼 점점 커진다. 조금씩 조금씩. 고양이 몸에 귀를 바싹 갖다대면, 소리는 이제 여름 끝자락의 해명海鳴 처럼 쿠루룽쿠루룽 하고 커다래진다. 고양이의 보드라운 배가 호흡에 맞춰 볼록해졌다가 꺼진다. 또 볼록해졌다가 꺼진다. 마치 갓 생겨난 지구처럼. 후와후와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비채
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1. 6. 08:00
후와후와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비채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은 넓은 목욕탕처럼 정적이 흐르는 어느 오후. 늙고 커다란 암고양이가 햇살 쏟아지는 툇마루에서 낮잠을 잘 때, 그 옆에서 벌러덩 누워 뒹구는 걸 좋아한다. 눈을 감고 머릿속 온갖 상념을 쫓아낸 뒤, 마치 내가 고양이의 일부가 된 기분으로 고양이털 냄새를 맡는다. 고양이털은 이미 해의 온기를 잔뜩 머금은 채, 생명이란 것의 (아마도) 가장 아름다운 부분에 관해 내게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