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돕는다는 것 - 찰스 부코스키



 노인을 돕는다는 것

찰스 부코스키


 오늘 은행에서 줄을 섰을 때

 내 앞에 서 있던 영감님이

 안경을 떨어뜨렸다 (다행히

 안경은 안경집 안에 있었다)

 영감님이 몸을 숙이는데

 하도 힘들어 보이길래

 말했다,

 "잠깐만요, 제가 주워 드리죠……"

 하지만 내가 안경을 주웠을 때

 영감님은 지팡이를 떨어뜨렸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까맣고 아름다운

 지팡이.

 나는 안경을 돌려주고는

 지팡이를 주워

 건네면서

 영감님을 안심시켰다.

 영감님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돌아서서

 앞으로 갔다.


 나는 그의 뒤에 서서 기다렸다

 내 차례가 오기를.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 10점
찰스 부코스키 지음, 황소연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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