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질문하는 독서법」 질문으로 나를 벼리다

[서평] 「질문하는 독서법」 질문으로 나를 벼리다



 독서법을 다룬 여러 책들 가운데 공통으로 주장하는 중요한 일이 있다. 책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과 아직은 독서가 낯설기만 한 사람들이 쉽게 놓치고 있는 일이다. 바로 '독서 전 활동'과 '독서 후 활동'이다. 그저 책을 펼치고 글을 따로 눈을 옮기는 행동만으로 '독서'를 한다고 착각하는 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질문하는 독서법」도 역시 여느 독서법 책과 같이 전후 활동의 중요성을 소리 높여 얘기하고, 그중에서도 '질문'을 통해 활동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분명하게 말한다. 특히 독서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내 삶이 정말 변할까? 하는 의문을 가진 사람, 자기계발서처럼 눈에 보이는 효과에만 급급한 사람들에게 다음 대목은 꽤 설득력있다.


     정말 열심히 책을 읽었는데도 왜 내 삶은 그대로일까? 그것은 "왜?"라는 질문 없이 열심히만 읽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고 그 저 책만 열심히 읽었기에 생각도 삶도 인생도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생을 변화시킬만한 효과적인 독서법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다면, 잠시 멈춰라! 잠시 멈추고 해야 할 일은 '질문'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법을 찾을 수 있다면 당신의 인생이 변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인생은 답이 아니라 던지는 질문에 따라 변화되기 때문이다.

P. 8 


 첫장부터 약 절반 정도가 지나기까지 작가는 독서와 질문의 중요성을 차례대로 알린다. 온갖 민족적인 시련을 겪고도 세계를 좌지우지 할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유대인들의 독서와 질문 사랑. 여러 유명 인사들의 질문과 독서에 관한 아포리즘을 통해 독자를 설득하고 이는 꽤 납득할 만하다. 그렇지만 작가의 경험담과 더불어 절반정도를 할애하는 내용이 '이미 알고 있다', 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겐 지루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얼른 실용적인 '독서법'을 찾기 위한 독자라면 '독서법'이 나오는 구간으로 책을 넘겨 읽기를 권하고 싶다. 또한 독서 초보를 위한 현실적인 가이드없이 이처럼 깊게 파고드는 독서를 권하는 데 있어 부작용이 걱정된다. 여태껏 책을 멀리한 사람이라면 책의 배경을 알아보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며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는 등의 독서 전후 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단문에 익숙해져버린 세대다. 우선은 장문에 익숙해지고 책을 즐거이 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작가의 '질문하는 독서법'은 총 5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순서대로 준비->독해->초서->사색->적용이다. 각 단계별로 간략하게 요약을 하자면, 

1. 준비 단계는 책을 읽기 전에 표지, 목차, 부제, 추천사, 인사말 등을 살펴보고 책을 간단히 훑어보며 내용을 예측하는 단계다. 아마 이 부분에서 꽤 의아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체 이런 활동이 독서에 무슨 영향을 준단 말인가? 사실 이처럼 준비 단계를 강조하는 독서법이 꽤 많다. 미리 내용에 대한 대비를 하는 일이고,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떠한 것을 얻을 것인가, 를 생각하는 단계다. 이를테면 학교 수업 시간에 먼저 학습 목표를 정해두고 장을 시작하는 일과 비슷하다. 

 2. 독해 단계는 모르는 단어와 문장, 개념 등을 잘 알아보며 문맥과 행간의 의미 파악을 하는 단계다. 흔히 우리가 '독서'한다고 말하는 그 단계가 바로 독해 단계다. 독해 조금 더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사건의 배경과 시간을 파악하며 원인과 결과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는 등의 행위도 적극 권한다.

 3. 초서 단계는 인상 깊은 구절을 종이에 옮겨 적으며 내 생각을 잇는 단계다. 최근 필사 도서를 심심치 않게 출판하고 있어 꽤 친근한 단계다. 책 속의 문장은 눈으로 읽기만 했을 때보단 손으로 옮겨 적었을 때 더욱 내것이 된다. 또한 작가를 지망하는 학생이라면 옮겨 적는 동안 문체의 리듬과 묘사의 깊이를 익힐 수 있어 여러 기성 작가가 글솜씨를 늘리기 위해 추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4. 사색 단계는 책을 다 읽고난 후 책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다. 작가는 이부분에 대해 '질문'을 끼워넣는다면 사색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라 주장하며 역시 질문을 만드는 과정을 강조한다.  

5. 마지막 적용 단계는 지금까지 이루었던 일련의 독서 활동을 통해 바뀐 생각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단계다. 책을 읽고 나면 의례 무언가 결심하기 마련인데, 그 결심을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질문하고 습관으로 만드는 일이 주된 일이다.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거나 책을 통해 알게 된 책을 다음에 읽어볼 책으로 생각하는 일 등이 바로 적용 단계다.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인 홍길주는 그 의미를 밥 먹는 것에 비유한다. 「수여난필」에 이렇게 말했다.

  "밥을 먹고 난 다음, 그 효과는 얼굴빛이 빛나고 피부에 윤기가 흐르는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환한 얼굴빛과 윤기 나는 피부에 어떻게 밥알의 형상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독서하여 얻는 효과는 일을 실행헤 옮길 때 비로소 드러난다. 글이나 문장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밥알이 변한다고 해도 도리어 술지게미와 비슷하니, 그것이 바로 대변이다. 만약 체해 곧장 내려가게 되면, 밥알의 형상은 먹은 그대로다. 만약 잘 모방한 글이나 문장을 두고 제대로 독서한 효과라고 주장한다면, 밥알이 변한 대변이나 혹은 소화도 되지 않고 곧장 내려간 밥알을 두고 잘 먹은 결과나 보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185P


 작가는 각 단계별로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지 충분한 예시를 들어주고 있으며, 독서법이 끝난 장 다음에는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질문을 던져왔는지 역시 예시로 보여준다. 책을 읽긴 읽는데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독자라면 이 예시를 통해 조금 더 질문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질문하는 독서법'이란 책을 깊게 읽는 과정의 한 방법이고, 제대로 된 독서를 하는 일에 정확한 포인트를 짚는다. 독서가 삶에서 불필요하다고 느꼈다면, 독서를 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느꼈다면, 그동안 독서가 잘못된 일은 없었는지 이 책으로 판별할 수 있다. 


질문하는 독서법 - 10점
임재성 지음/평단(평단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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