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1. 29. 08:00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전쟁과 꽃 난 들꽃을 보면 전쟁이 떠올라. 전쟁 때 우리는 꽃을 꺾지 않았어. 꽃을 꺾는다면 그건 누군가의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서였지... 작별을 고하려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문학동네
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1. 28. 08:00
「어린왕자」마음으로 보기 여우가 말했다. "그럼 비밀을 가르쳐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 - 생 텍쥐페리 지음, 김화영 옮김/문학동네
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1. 17. 08:00
「마음사전」 어둠 전등불을 갑자기 끄면 사방은 칠흑이지만, 이내 그곳에도 빛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사물들의 실루엣이 보이다가 사물들이 온전히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마음이 칠흑일 때, 차라리 마음의 눈을 감고, 조금의 시간이 흐르길 차분하게 기다린다면, 그리곤 점자책을 읽듯 손끝으로 따라간다면, 이내 사물을 읽을 수 있고,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밝음 속에서 읽을 때보다 더 선명하게, 온 마음으로 잘 읽힌다. 마음사전 - 김소연 지음/마음산책
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1. 16. 08:00
「후와후와」 갓 생겨난 지구처럼 갸르릉거리는 고양이 소리 듣는 걸 좋아한다. 갸르릉갸르릉 소리는 마치 멀리서 다가오는 악대처럼 점점 커진다. 조금씩 조금씩. 고양이 몸에 귀를 바싹 갖다대면, 소리는 이제 여름 끝자락의 해명海鳴 처럼 쿠루룽쿠루룽 하고 커다래진다. 고양이의 보드라운 배가 호흡에 맞춰 볼록해졌다가 꺼진다. 또 볼록해졌다가 꺼진다. 마치 갓 생겨난 지구처럼. 후와후와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비채
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1. 15. 08:00
「나란 무엇인가」인간의 다양한 얼굴 우리는 지금까지 인간에게는 핵심이 되는 개성이 있으며, 그것을 오픈해서 살아가는 것이 성실한 삶의 태도라고 굳게 믿어왔다. 여러 해 동안 누군가를 사귀면, 우리는 그 사람의 본질을 훤히 아는 듯한 기분이 든다. 분할 불가능한, 개인 대 개인 관계의 모델이다. 그러다 보니 그 사람이 나 이외의 사람을 전혀 다른 얼굴로 대하는 것을 알게 되면, 배신당한 기분이 든다. '저 녀석이 저런 성격을 감추고 있었어!?', '저것이 저 녀석의 숨겨진 얼굴이었단 말인가!?' 라고. 그러나 우리는 신이 아니다. 나와 친한 사람이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갖고 있는 모든 얼굴을 알 수는 없다. 개인이 '나뉠 수 없는' 이유는 애당초 그리스도교의 신이 일자一者였..
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1. 13. 08:00
「소년이 온다」 인간은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소년이 온다」95쪽 소년이 온다 - 한강 지음/창비
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1. 11. 08:00
「나의 삼촌 브루스 리」 벅차서... 너무 벅차서... "그냥, 벅차서...... 너무 벅차서......" "뭐가?" "몰라. 그냥 가슴이 벅차서 자꾸 눈물이 나와." 나는 경희가 우는 게 지독한 최루가스 때문인지 아니면 경찰에게 질질 끌려가던 순간의 두려움과 수치심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가 느낀 게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녀가 운 것은 우리가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 거대한 물줄기 앞에 서 있는 개인의 왜소함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깨달았다. 우리의 생은 그것이 무엇이 됐든 우리가 감당하기에 늘 너무 벅차리리라는 것을. 「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37쪽 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 천명관 지음..
글/하루 한 구절 책읽는정오 2018. 1. 10. 08:00
「마음사전」 마음에게 주는 음식 밥은 사람의 육체에게 주는 음식이라면, 차茶는 사람의 마음에게 주는 음식이다. 밥보다 차를 더 즐기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마음이 발달한 사람이다. 밥 한 그릇이 육체에게 에너지를 준다면 차 한 잔은 마음에게 에너지를 준다. 일하는 막간에 차 한 잔을 마신느 휴식의 시간은 마음을 쉬게 하고 그럼으로써 육체를 돌보게 해준다. 찻집에서 차 한 잔을 함께 마시지 않고, 식당에서 밥만 먹고 헤어지는 관계에는 온기가 없다. 식당만큼이나 찻집이 많은 우리가 사는 동네를 산책하면서, 마음이 만나는 것이 적어도 육체가 만나는 것 만큼은 소중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찻집의 간판을 보라. 식당의 간판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는 명시성을 추구하고 있지만, 찻집의 간판은 여전히 아름다움 ..